현재 우리는 신경계를 모방하여 우리와 같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어느 한 사람의 천재적인 머리에서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며 행동하게 되는 것일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었고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이 비밀들이 풀어져왔습니다
후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이러한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참으로 느리고도 더딘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밀이 하나씩 풀어질 때마다 인류는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였고, 그리고 신경계의 구조와 작동방식이 밝혀진 현재는 인공지능이라는 경악할만한 새로운 존재를 출현시켰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류가 신경계를 발견한 시점부터, 그 비밀을 밝혀온 탐구의 과정을 더듬어보겠습니다
신경줄기를 발견하다
고대에는 심장을 생각의 근원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감정은 심장부근에서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원전 3세기경 죽은 시신을 해부하여 인체를 연구한 인류최초의 해부학자라고 일컬어지는 헤로필로스는 뇌, 척수, 신경 구조를 관찰하면서 사고와 감각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뇌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우리 몸의 중심에 뻗어있는 척수가 뇌와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척수 안에는 긴 끈과 같은 신경줄기들이 밖으로 나가 온몸에 퍼져있고, 이 신경줄기의 내부는 텅 비어있는데 어떤 에너지나 공기와 같은 것이 통과하면서 우리가 감각을 느낀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400년이 지난 AD129년, 로마의 갈레노스는 우리가 생각하고 감각을 느끼는 것의 원인은, 뇌에서 프뉴마라는 특별한 공기가 만들어지고 그 공기가 신경을 따라 흘러서 우리 몸의 각 부분이 감각을 느끼고 동작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AD 960년 경 고대 페르시아의 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알리 이븐 알압바스 알마 주시는 더 나아가 뇌는 지능을 담당하는 부분과 감각을 담당하는 부분, 그리고 기억을 담당하는 3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프뉴마가 심장에서 생명의 원천적인 에너지로서 만들어지면, 혈관을 통해 뇌로 올라가서 뇌의 3 공간으로 분배되면서 더 고차원적인 정신적인 에너지로 바뀌고 이 에너지가 다시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1000년이 넘도록 보편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졌으나 1620년 대 윌리엄 하비는 뇌를 인체에서 가장 정교하고 중요한 기관이라고 주장하며 심장은 단순히 혈액을 온몸에 돌게 하는 펌프조직임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또한 같은 시대, 유명한 철학자인 데카르트는 사람의 생각과 감각의 근원은 심장이 아니라 뇌라고 주장하며 특히 뇌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송과선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데카르트가 송과선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그의 사람에 대한 인식과 뇌의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생각에 사람은 물질적인 몸과 정신적인 마음이라는 이 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뇌는 좌우로 나뉘어져있는데 송과선은 그 좌우로 나누어진 뇌의 중앙의 교차점에 단 하나 존재하고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송과선은 육체와 정신이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하였고 신경을 흐르는 프뉴마(에너지)는 이 송과선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그 당시, 프랑스의 귀족들의 정원에는 공기와 물로 움직이는 조형물과 인형을 장식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는 이러한 움직이는 조형물을 이용하여 사람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신경계를 표현하는 새로운 흐름-전기
1745년에는 전기를 저장하는 라이덴 병이 발명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전기는 경이롭고 놀라운 현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기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은 '혹시 신경계를 흐르는 에너지가 전기와 관련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1791년 이탈리아의 의사 루이지 갈바니가 개구리를 실험하면서, 개구리의 다리가 금속에 닿았을 때 다리가 '움찔'하고 움직이는 현상을 보고 동물의 신경에는 전기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의 생각을 학계에 발표합니다
그의 친구 볼타는 그 실험에 흥미를 느껴서 그가 한 방법대로 실험을 하였는데, 이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두 금속과 전해질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볼타전지)
그러면서 볼타는 친구였던 갈바니의 동물의 신경 속에 전기가 내재되어있다라는 주장을 부정합니다
그러나 갈바니는 세상이 볼타가 발견한 두 금속과 전해질이 만들어내는 전류에 환호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않았는데, 왜냐하면 금속이 없이도 개구리의 신경계에서는 전기적인 반응이 나타났기때문입니다
그의 조카였던 의사 지오바니 알디니는 갈바니가 주장하는 실험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하였는데, 죽은 사형수의 시체에 전류를 흘려 손을 움직이게 하고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등의 실험으로 신경계가 전기와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려고 하였습니다
그의 조카인 의사 지오바니는 공개적인 실험을 하며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전기적인 반응을 증명하려고 하였으나 세포 내에서 이온의 흐름으로 일어나는 생체전기의 현상을 세포의 구조를 알수없었던 시기에 증명할수는 없었습니다
1827년 브리테니커 사전에는 '우리 몸의 움직이는 현상은 자연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떠한 현상보다도 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기적 힘의 전달방식과 닮았다고' 기록하였습니다
1949년,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과학자인 알프레드 스미는 '전기생물학의 기초'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는 그 책에서 신경계는 전기적인 작용으로 작동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는 인체뿐 아니라 화학, 전기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학자였는데 그의 저서에서 그는 뇌는 수십만 개의 아주 작은 배터리로 구성되어있으며 그 각각은 신체의 각 부분과 연결되어있다고 주장하며 그 움직이는 과정은 마치 전시망을 따라 전기가 흐르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 날 밝혀진 뇌의 전기적인 작동 원리와 유사한 개념을 제시한것이라고 볼수있지만 당시에는 세포 이론이 막 정립된 시점이었고, 신경세포(뉴런)와 그 전기적인 특성이 밝혀지기 전이었기때문에 스미가 말한 '전기를 생성해내는 배터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18세기 중반은 현미경의 발달로 모든 생물을 이루는 기본구조가 세포라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시기였습니다 1830년 체코의 해부학자 얀 프리키네는 소뇌를 관찰하다가 소뇌가 수십만 개의 작은 점과 같은 물질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1833년 로베르트 레마크는 이 작은 점과 같은 물질들 각각은 아주 작은 연장선으로 퍼져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1840년 스위스의 해부학자 알베르토 폴 퀄리 커는 이 작은 점들은 가지돌기, 세포체, 그리고 원통형태의 축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힙니다
그러나 당시 현미경의 발달로 세포의 구조를 알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뇌세포의 구조를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873년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인 카밀로 골지가 세포를 관찰하다가 생긴 우연한 실수로 뇌세포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 실수로 인하여 카밀로는 세포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은염색법을 개발합니다
당시, 카밀로 골지는 다이크로뮴칼륨으로 경화시켜 둔 뇌세포 조직을 질산은이 담긴 병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합니다
그러자 뇌세포 조직이 검게 변해버리고 말았는데 그는 당황하였지만, 그 검게 된 조직을 현미경에 가지고 와서 천천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세포의 조직들이 아주 세밀하게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질산은으로 인한 염색이 왜 세포들의 구조를 보이게 했나를 알아보겠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포의 구조가 보였던 것은 질산은이 세포 전체를 염색시켜서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염색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뉴런과 뉴런은 서로 포개져서 이루어져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만약 전체가 다 염색이 되었다면 뉴런과 뉴런이 서로 뭉개져서 세부적인 구조가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질산은 입자는 세포 내에서 모든 물질들과 화학적으로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지방이나 단백질, 막 구조등과 결합될 경우에만 염색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택적으로 결합되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골지는 이 실수를 통하여서 질산은으로 세포를 염색하여 관찰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이러한 방법으로 수많은 조직을 관찰한 결과 뇌 신경계는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지줄기들의 끝은 미세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1891년, 독일의 해부학자 빌헬름 폰 발다이어는 서로 얽혀있는 뇌세포의 구조들은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조직이라고 주장하며 이 하나하나의 세포들을 뉴런이라고 칭하게 되는데, 뉴런은 그리스어로 힘줄을 뜻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뉴런과 뉴런 사이의 미세한 틈을 시냅시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뉴런과 뉴런의 미세한 틈을 통해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이 전기적인 전달인지, 화학적인 전달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쟁을 하였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인 오토뢰비는 이것을 밝혀내기 위해서 아주 특이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당시, 개구리의 심장이 신체에서 분리되어 외부에 있어도 일정 시간 동안은 박동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는 개구리의 심장 2개를 준비해서 각각의 용기에 영양액을 붓고 개구리의 심장을 하나씩 넣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개구리의 심장을 이완시키는 미주신경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심장박동이 느려진 다음, 그 개구리가 있던 용기의 액체를 2번째의 개구리가 있는 용기에 부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2번째 개구리의 미주신경을 자극하지 않았음에도 심장박동이 느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신호가 전기적인 신호뿐 아니라 화학물질도 신호를 전달한다는 것을 밝혀내게 되었고, 오토뢰비는 같이 실험하였던 헨리 할렛 데일과 함께 194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한편 과학자들은 뉴런이 전기적인 신호로 작동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왜 전기적인 활동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1868년 독일의 율리우스 베른슈타인이 세포막은 모든 물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물질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반투과성의 막이며, 신경충격을 받으면 전하를 띤 이온들이 세포막을 통해 안에서 밖으로 이동함으로써 전기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이론을 제시한 것이 가장 유력한 설명 중의 하나였습니다
1939년 영국의 앨런 호지킨과 앤드류 헉슬리는 이 이론을 검증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은 오징어의 축삭돌기의 두께가 사람보다 1000배나 두꺼운 1mm라는 소리를 듣고 오징어의 축삭에 전극을 연결시켜 실험을 합니다
그 결과,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세포막의 나트륨 통로가 열리면서 세포막 밖의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포의 내부는 전위가 갑자기 상승하게 되었는데, 다음 단계로 세포막은 칼륨의 통로를 열어 세포 내부의 칼륨 이온은 밖으로 내보내며 세포는 다시 원래의 전위 상태로 회복하게 됩니다
결국 세포의 전기적인 활동은 나트륨과 칼륨 이온의 이동에 따른 전위차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러한 원리는 볼타 전지에서 서로 다른 금속이 전해질로 인해서 전위차가 생겨서 전류가 흐르는 방식과 근원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루이지 갈바니가 개구리 실험으로 주장하였던 동물의 신경계에 잠재되어 있는 전기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것입니다
1700년대 말, 갈바니와 볼타는 금속과 동물을 통한 전기적인 현상을 두고 대립하였지만, 당시 볼타는 금속과 전해질로 인한 전기적인 현상을 증명할 수 있었기에 그의 주장이 인정받았었고, 갈바니의 주장은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적인 현상을 당시,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학계로부터 외면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두 사람의 주장은 사실상 같은 원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경전달 0과 1의 법칙
이렇게 해서 신경세포 뉴런의 구조와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 정확하게 밝혀지게 되었는데 호지킨과 헉슬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경계가 실제적으로 반응하는 방법까지도 발견하게 됩니다
1920년대 영국의 생리학자 에드거 에이드리어는 피부를 자극할 때 피부에 연결되어 있는 금속 조각들의 반응을 측정하였는데 반응하거나 반응하지 않거나의 두 종류의 반응뿐이었으며 자극의 강도가 20% 일 때, 60% 일 때처럼 중간 단계의 반응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실무율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호지킨과 헉슬리는 이것을 검증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오징어의 신경세포에 미세전극을 삽입한 뒤 전기자극을 주었는데 자극의 강도에 비례하여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치의 자극의 강도에 도달하기 전에는 전혀 반응이 없다가 어떠한 강도의 수치에 도달하면 그때서야 신경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로서 호지킨과 헉슬리는 뉴런이 자극에 반응하는 방법까지도 증명하게 됩니다
이렇게 신경계가 작동하는 방법이 밝혀지면서 많은 과학자들은 전기와 기계를 이용해서 신경계의 모형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별 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는데 1943년 캐컬록과 피츠는 뉴런이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 즉 발화하거나 아니면 발화하지 않거나의 두 가지 반응만을 가지고 신경계의 활동을 논리학의 명제와 같이 표현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0과 1로 이루어지는 최초의 컴퓨터 애드박이 탄생하였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무리
이처럼 인류는 수천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결국 신경계의 비밀을 밝혀내었습니다
심장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다가 해부학이 발전하면서 뇌와 신경계를 인식하게되었고, 사람을 움직이게하는 실질적인 동력은 프뉴마가 아니라 전기와 화학임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신경세포가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반응하는 0과 1이라는 방식까지도 알게되었는데, 이러한 발견은 단순한
탐구에서 끝나지않았고 곧 이어 신경계를 모방하여 움직이는 새로운 두뇌, 인공지능을 창조해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에서 비롯된것일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