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무더위와 함께 꼭 나타나서 우리들을 짜증 나게 하는 곤충이 있습니다
윙윙거리면서 우리가 먹으려 하는 음식 위를 맴돌고, 잠시만 한 눈 팔아도 음식 위에 내려앉아 발을 담그려 합니다
또한 조용한 공간에서도 끊임없이 귓가를 맴도는 소리로 우리의 신경을 건드려서, 이 성가신 존재를 손으로 잡으려고 다가가면 마치 눈치가 백 단인 것처럼 우리의 손길을 알아차리고 아주 재빠르고 얄밉게 날아가버려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합니다
요즘에는 살충제나 파리채 등 다양한 도구가 있어서 예전만큼 파리들이 활개 치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성가신 곤충 중의 하나입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미미한 생명체이지만, 순발력에서 만큼은 어떤 생물에게도 뒤지지 않는 파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파리의 눈
수천 개의 낱눈이 만들어내는 넓은 시야
파리의 움직이는 속도가 빠른 가장 큰 이유는 눈에 있습니다
우리는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파리는 수천 개의 아주 작은 눈(낱눈)이 모여서 하나의 큰 눈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천 개의 작은 낱눈이 촘촘하게 붙어있는데 그 각각의 눈은 조금씩 다른 방향을 보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파리는 앞도 보고, 옆도 보고, 위도 볼 수 있는데 거의 360도에 가까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서 마치 작은 카메라 수천 대가 사방을 동시에 촬영해서 시야가 굉장히 넓은 화면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파리의 뒤 쪽에서 아주 살금살금 가서 잡으려고 할 때, 이것도 감지하고 빨리 날아가버리는 이유가 바로 거의 뒤 쪽까지도 볼수있는 넓은 시야 때문입니다
초고속 카메라와 같은 순간 포착 능력
또한 파리의 눈은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특화되어 있어서 조그마한 움직임도 빠르게 포착합니다
사람과 비교를 하자면, 사람의 눈은 빠른 움직임보다는 멀리 있는 글씨를 읽고, 얼굴도 선명하게 구별하고, 색깔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높은 해상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카메라를 예로 들자면 사람의 눈은 사물을 정확하고 선명하게 볼 수 있지만 빠른 움직임에는 약간 둔한 고해상도의 카메라라고 할 수 있고, 파리의 눈은 화질은 떨어지지만 짧은 시간 동안 수십 컷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빠른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 초고속카메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움직임이라는 것이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동작 한 동작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카메라의 셔터 속도를 60분의 1초로 설정해서 촬영하면 일반 카메라는 그 순간을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하지만 초고속 카메라는 같은 60분의 1초 동안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합니다
즉 그 동작들을 더 세분해서 나누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말이 뛰는 모습이나, 물방울이 터지는 모습도 평상시의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던 순간들이 포착되어서 보이는 것입니다
파리의 눈은 이 초고속 카메라와 비슷해서 우리에게는 한 번의 동작으로 느껴지지만 파리에게는 이 동작들이 더 세분되어 보이기 때문에 파리의 뇌는 이러 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여 곧바로 날개와 다리를 움직이므로, 우리의 손이 닿기 전에 먼저 그 자리를 떠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파리가 하찮은 생명체로 느껴지지만, 파리 입장에서도 사람은 거대하지만 굼뜬 존재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리가 음식 위를 맴도는 이유 (발의 미각과 입)
그런데 파리의 신기한 기관은 눈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면 파리가 나타나서 우리가 먹기도 전에 음식 위에 내려앉는 무례한 행동을 하는데, 이것은 파리의 발에 미각 기관이 있어서입니다
우리에게는 걷는 기관인 발이 파리에게는 걷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맛을 보는 기관인 것입니다
파리들이 음식물 위를 그냥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미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발로 맛을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먹을만하다고 판단되면 먹는 것입니다
또한 파리의 입은 이빨로 씹는 구조가 아니라, 스펀지처럼 되어있어서 액체로 된 음식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딱딱한 음식에 앉으면 먼저 소화액을 내보내서 음식물을 녹인 뒤, 녹은 액체를 입으로 빨아들이면서 먹는다고 합니다
파리의 뇌
이렇게 눈과 발에서 받아들인 수많은 정보들은 모두 파리의 뇌로 전달됩니다
파리의 뇌는 깨 알보다도 작은데 그 안에 약 100만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들어있습니다
뇌가 너무나 작기 때문에 뉴런도 사람보다 훨씬 가늘고 촘촘하게 들어있는데, 파리의 뉴런은 머리카락보다도 수십~수백 배 가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깨알 같이 작은 뇌임에도 불구하고 신호전달 속도는 굉장히 정교하고 빨라서 마치 어느 한 기능에 특화된 컴퓨터와 같다고 합니다
반면 사람의 뇌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는 고성능 컴퓨터 같아서, 만약 사람의 손이 다가오면 이게 누구의 손인지, 왜 오는지, 잡으려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함께 생각하면서 정보를 처리하는데, 파리의 뇌는 추상적인 사고기능이 없이 매우 단순하고 명확하게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찾고, 걷고, 날고, 짝을 찾고, 위험을 감지하면 즉시 피하는 등의 행동을 매우 빠르게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치, 자동문 센서나 자동차 에어백 제어장치와 같이 다른 작업은 전혀 못하지만 사람을 감지하는 즉시 문을 열거나 충돌을 감지하면 몇 밀리초 만에 에어백을 터트리는 컴퓨터와 같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무리
우리가 여름마다 귀찮은 존재로 여기며 파리채를 휘두르며 잡으려 했던 파리. 그러나 그 작은 몸속에도 정교한 세계가 숨어있었습니다
파리의 안에는 위에서 알아보았던 기관들외에도 심장, 소화기관, 생식기관, 공기가 다니는 기관까지 그 작은 몸속에 모두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모든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최소단위인 세포 하나만 들여다보아도 그 안에는 놀라울 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질서가 숨어있습니다
생명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작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끝나는것이 아니라, 그 안에 또 다른 놀라운 구조와 질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러한 질서와 정교함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