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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구, 다른 세계를 사는 생명들

by windcore 2026. 6. 26.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생물학적 구조에 맞게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우리에게 보이고 느껴지는 세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은 우리와 같은 지구라는 공간을 살아가면서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감각의 통로를 통해 세상을 읽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들의 세상에서도 쉽게 발견되는데 각자 다른 기질과 성격, 그리고 살아온 경험에 따라 같은 사물과 같은 사건이라도 매우 다르게 보고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의 시야를 지구라는 환경으로 넓혀서 우리와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여러 생명들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서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벌이 보고 있는 세상

 

벌은 빨강의 세상을 알지 못합니다  대신 자외선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눈은 사물을 볼 때 빨강, 초록, 파랑을 주로 감지하지만 벌은 우리가 보는 빨간색을 보지 못하고 초록과 파랑,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없는 자외선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벌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의 무늬가 보입니다

만약 노란 꽃이 있다면, 우리 눈에는 그냥 노란 꽃으로 보이지만 벌의 눈에는 꽃의 가운데에 검은 줄이나 원모양의 자외선의 줄이 보입니다  이 줄을 일명 '꿀표지'라고 부르는데 벌들은 이 줄을 보고 꽃에 꿀이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벌과 사람은 같은 꽃을 보고 있지만 벌은 벌의 세계를 보고 인간은 인간의 세계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벌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요

과학자들은 현미경으로 벌의 눈세포를 연구하다가 벌의 눈에는 빨간 색에 반응하는 세포가 없고 대신 자외선에 반응하는 세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조 꽃 모형 2개를 준비해서 하나는 자외선 무늬가 있게 하고, 하나는 없게 하여 자외선 무늬가 있는 꽃에만 설탕물을 넣어두었습니다 

그러자 벌들이 모두 자외선의 무늬가 그려진 꽃으로 가는 것을 보고 벌들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자외선 카메라를 통해서 자외선이 사물을 어떻게 비추는지 알 수 있는데 자외선 카메라로 꽃을 촬영하면 우리의 눈이나 일반 카메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무늬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벌은 자외선의 편광패턴까지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편광패턴이란 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무늬를 말하는데, 벌은 자외선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빛의 패턴까지도 읽을 수 있어서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있어도 이 패턴을 보고 방향을 찾아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패턴을 벌의 '하늘의 나침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벌과 사람은 같은 하늘을 보고 있지만 벌은 그 공간에서 줄무늬나 방향정보가 그려져 있는 지도를 보고 있고 우리는 그냥 이쁜 구름이 떠있는 파란 하늘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생물들은 같은 공간에 살지라도 자신의 감각기관이 허락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로운 일입니다

소리로 세상을 읽는 박쥐

 

박쥐는 소리의 메아리로 세상을 읽으며 살아갑니다 

박쥐가 세상을 읽는 방법은 참으로 신기한데, 사람은 빛이 쏘아지고 그 반사된 빛을 받아서 세상을 본다면, 박쥐는 소리를 쏘고 반사된 소리를 받아서 세상을 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박쥐가 내는 소리는 우리가 들을 수 없는 파장대의 아주 높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우리의 귀로서는 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은 보통 약 20~20000Hz의 소리를 듣는데 박쥐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만 Hz의 초음파를 사용합니다)  

 

박쥐가 주변을 탐색하고자 소리를 내보내면 그 소리는 나무나 벽, 또는 곤충에 부딪쳐서 다시 돌아오는데, 박쥐는 이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서 물체를 판별하는데 메아리가 빨리 돌아오면 물체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고 늦게 돌아오면 멀리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메아리가 강하면 큰 물체일 가능성이 있고, 메아리의 모양이 복잡하면 나뭇가지처럼 울퉁불퉁한 물체로 판별합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뇌가 사물에 반사되어 뇌로 들어온 빛의 신호를 보고 사물을 그려내듯, 박쥐는 소리를 내보내 반사된 정보를 가지고 세상을 읽는 것입니다 

박쥐가 소리로 주변을 감지하는 것은 능력은 탁월해서 어두운 동굴에서도 벽에 부딪히지 않고 날수도 있고, 심지어 날아가는 작은 곤충까지도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지구의 자기장을 읽는 철새와 연어

지구의 자기장을 읽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생물들도 있습니다 

철새들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지구의 자기장을 나침반처럼 읽으며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철새들이 자기장을 어떤 방식으로 읽는지는 아직 완전하게 알아낸 것은 아니지만 대략 2가지의 방법으로 자기장을 읽는다고 합니다 

 

1.  자기장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철새의 눈에는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에 빛이 닿으면 자기장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화학반응이 달라지고,  철새의 뇌는 그 차이를 이용해서 자기장의 방향을 시각적인 패턴처럼 읽을 수 있다고 하는 주장입니다

 

2 철새의 부리나 조직에 자철석이라는 작은 자성 물질이 있어서, 이 작은 자성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미세하게 움직여서 방향 정보를 감지하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3 그런데 철새는 이 중 하나의 방법만으로 자기 자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의 방법으로 모두 사용하여서 자기장을 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철새가 단순히 자기장의 방향만을 읽는것이 아니라, 자기장의 세기, 기울기등과 같은 정보들을 종합해서 지구 전체의 자기장을 볼 수도 있습니다

철새와 같이 자기장을 읽는 생물로는 물속에서 자기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는 연어도 있습니다 

갯가재의 화려한 시각

이 외에도 우리와는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접하는 생명체들은 아주 많이 있습니다

갯가재는 무려 12~16종류의 색 수용체를 가지고 있고 자외선과 편광까지 감지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색 수용체는 빨강, 파랑, 초록의 3종류인데 갯가재는 이 많은 색 수용체를 가지고 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군다나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자외선과 편광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이들에게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그런데 인간은 3가지의 수용체를 가지고 마치 물감을 섞어서 다른 색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RGB의 수용체들이 서로 조합해서 우리가 느끼는 풍부한 색을 표현해 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갯가재가 이 많은 수용체를 가지고 색을 조합해서 엄청나게 풍부한 색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여러 종류의 수용체로 색을 빠르게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건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들의 발달한 시각은 우리가 전혀 보지 못하는 숨어있는 정보를 보면서 살아갈 것 같습니다

후각으로 세상을 읽고 사는 개

 

우리와 아주 친밀한 개는 냄새의 세계를 살아가는 생물입니다

우리는 주로 시각 중심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개는 냄새의 세계에 살아갑니다

개는 사람마다 냄새로 구분할 수 있으며 또한 지나간 흔적도 읽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길을 걸어가면 우리 몸에서는 계속해서 땀 분자나 피부세포와 같은 작은 입자들이 떨어지는데 개는 이 미세한 입자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하니 개의 후각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종자들을 찾을 때도 개의 이런 능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는 이렇게 발달한 후각이 있는 반면에 시각은 인간보다 많이 떨어져서 사람은 빨강, 초록, 파랑의 3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개는 2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파랑과 노란색은 비교적 잘 구분하지만 빨간색은 갈색이나 어두운 노란색으로 보일 수 있고, 초록색은 노란빛이나 회색빛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개는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그것은 아니고 인간이 보는 세상이 알록달록하다면 개는 우리보다는 색을 조금 덜 보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한마디로 개는 화려한 후각의 세계에 살고 있고, 인간은 시각의 화려한 세계에서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어와 부엉이의 세계

상어는 인간에게는 없는 전기를 감지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살아있는 생물이 내는 아주 약한 전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래 속에 숨어있는 물고기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부엉이는 아주 적은 빛만으로도 사물을 볼 수 있어서 우리들은 깜깜하다고 느끼는 밤에도 아주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며 청각도 매우 뛰어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먹이의 위치를 찾아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세상을 감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각각의 통로들을 가지고 나와서 이 세상을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러한 감각의 세계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감각이라는 세계 외에 정신적인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세계는 우리가 알지 못하던 것들을 깨뜨려 이해하려 하고 또한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또한 나를 이해하려 하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은 세상의 원리들을 캐내고 탐구하여 동물들과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

모든 생물이 같은 지구라는 공간에서 산다고 모두 같은 것을 느끼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생물마다 세상을 감지할 수 있는 서로 다른 통로를 가지고 태어나서 자마다의 방식으로 이 지구라는 세계를 각자 다르게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각적인 세계를 넘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이를 이해하려 하는 또 하나의 세계, 곧 정신과 사유의 세계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감각이야말로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을 이해하는 통로일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의 통로를 이용하여 인간은 밤하늘의 별을 연구하고, 벌이 보는 자외선의 세계와 철새가 읽는 자기장의 세계를 상상하며 다른 생명들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상상과 탐구는 인간에게 중요한 깨달음 줍니다

내가 느끼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작은 창을 통하여 세상을 접하고 바라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어쩌면 겸손과 이해는 바로 이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