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보석에는 열광하지만, 모래사장의 반짝이는 돌부스러기에는 무심합니다 그러나 이 돌가루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래사장의 반짝이는 돌을 보면서 아마 다이아몬드보다 더 빛나는 가능성의 빛을 보았을 것입니다
인류는 보이지 않던 세계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전기의 발견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그런데 인류는 이제 그 전기를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물질 속에서 잠자고 있는 전자를 깨워 동력으로 사용하는 기술까지도 개발하였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전자의 움직임을 가장 정교하게 다루는 기술이 바로 반도체 기술인데, 빠른 속도의 컴퓨터, 스마트폰, 그리고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AI, 이 모든 기술은 바로 반도체 안의 전자를 깨워 일하게 함으로써 가능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람들이 반도체라는 물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석영이라는 돌덩이에서 실리콘을 추출해 내는 과정, 그리고 실리콘을 사용 가능한 반도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라는 물질에 관심을 갖게 된 시대적인 배경- 전화기의 진공관
1940년 대는 미국에서 전화통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 당시에 전화기의 전기 신호를 증폭하는 장치를 진공관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진공관이란 녹는 점이 아주 높은 (약 3400 ºC) 텅스텐과 같은 물질을 +,-의 열선(필라멘트)으로 만들어서 진공상태의 유리관 속에 넣어 전자를 방출시켜서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진공관은 아주 높은 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소비가 많았고 고장이 쉽게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1930년부터 진공관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는데, 전화기 생산회사인 벨은 자신들의 연구기관인 벨 연구소에 전자를 방출하여 전류를 증폭하고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달라는 연구과제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벨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진공관을 대신하여 전자의 흐름을 만들고 제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1900년 대 초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반도체라는 물질에 주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 은 반도체는 빛이나 다른 물질이 영향을 주었을 때, 전자의 흐름이 생기는 특이한 물질이라는 것에 주목했고,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면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트랜지스터의 탄생- 전기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
이들은 실리콘이나 게르마늄 같은 반도체 물질을 가지고 수많은 실험을 한 끝에 1947년 12월 23일, 세계최초로 반도체 물질로 전류를 만들어내고 제어하는 기술인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진공관 안의 필라멘트(텅스텐)을 가열해 전자를 방출시켜 전류를 만들어내던 방식에서, 새롭게 개발된 트랜지스터 기술은 전자를 외부로 방출시키지 않고, 반도체라는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전자가 자신이 있던 자리를 이동하는 것만으로 전류를 만들어내는 참으로 놀랍고 정밀한 기술이었습니다
전류는 항상 전압 차이가 있을 때만 높은 전압에서 낮은 전압으로 흐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는 물질 내부의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전압차이를 만들어내고, 발전기는 자석의 회전으로 전자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겨서 전압을 만듭니다 그리고 태양광 전지판은 빛 에너지가 전자를 움직여서 전압 차이를 만들어 전류가 흐르게 합니다
이와 같이 트랜지스터도 높은 전압을 만들어주어 전류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흐를 수 있게 하는데 이때, 트랜지스터에 전압이 걸리게 하는 것은 배터리나 콘센트와 같은 전원장치입니다
조금 더 풀어보자면, 우리가 사용하는 배터리나 콘센트에서 공급되는 전기가 회로로 들어오고, 그 회로 안에 있는 트랜지스터에 전압이 걸리면서 전류가 흐르고 제어가 되는 구조입니다
트랜지스터라는 단어는 전송하다는 뜻의 transisitor와 저항을 뜻하는 varistor가 합쳐진 말로, 전기를 전달하면서도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트랜지스터라는 말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전자제품의 용어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의 사람들은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첨단기술이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에 '트랜지스터'라는 단어를 붙여서 출시하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처음 트랜지스터가 나왔을 때는 지금처럼 눈으로 볼수조차 없는 크기가 아니라 야구공 정도만 한 크기였는데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서 크기가 작아져서 지금은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작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해졌습니다
실리콘 한 조각에 트랜지스터를 수백 개를 넘어서 수천 개, 수십 억 개까지도 넣을 수 있다고 하는데 회로를 작은 조각에 집적시켜 놓았다고 해서 집적회로, 또는 반도체 칩이라고 부릅니다
회로를 이렇게 집적시켜 놓는 이유는 트랜지스터의 회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짐과 동시에 아주 작은 공간으로 전자부품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반도체 칩 안에 전자가 흐르는 줄 수십 억 개가 흐르는 것은 마치 잘 정돈된 전자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로기판
도체, 부도체, 그리고 반도체
그렇다면 이런 놀라운 기술을 가능하게 해 준 반도체라는 물질은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말하는 걸까요
반도체를 알기 위해서 먼저 도체와 부도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도체란 전류가 잘 흐르는 물질을 말합니다
전류의 흐름이 생기는 이유는 전자들이 이동하기 때문인데, 이는 원자가 전자를 붙잡는 힘이 약해서입니다
즉, 외부에서 에너지(마찰, 열, 빛)가 가해졌을 때 원자의 결속력이 약해서 전자가 쉽게 빠져나갑니다
그러면 빠져나간 전자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전자들의 이동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곧 전류가 되는 것입니다
부도체는 전류의 흐름이 전혀 생기지 않는 물질을 말합니다
원자가 전자를 붙잡고 있는 힘이 강해서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도 전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자의 흐름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란 말 그대로 반만 도체인 물질인데, 특정한 조건에서는 전기가 흐르다가 특정한 조건이 없으면 전기의 흐름이 멈추는 50% 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란 어떤 물질인가
그렇다면 반도체란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의미하는 걸까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반도체의 원료는 주로 석영이라는 물질을 고순도로 정제해서 만듭니다
석영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모래사장에 가면 모래 중에 반짝거리는 입자가 석영이며 장식품들 중 크리스털이라고 일컬어지는 투명하면서도 약간 뿌연 물질을 말합니다
또는 건물 외벽이나 조경석을 볼 때에 하얗고 반짝거리는 입자를 말합니다 (참고로 유리는 모래를 녹여서 만든 인공적인 물질입니다)
그런데 석영은 원래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에서 전기가 통하는 물질을 뽑아낼 수 있을까요
18~19세기의 화학자들은 수많은 돌이나 광물들이 어떤 원소들로 결합되어 있는지 궁금해했으며 마치 고대의 연금술사들과 같이 이 결합된 원소들을 분리해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거나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세기 후반~20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원소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원소를 고온에서 가열하기도 하였고, 원소에 붙어있는 산소를 제거, 또는 원소에 다른 물질을 주입하였을 때 원소가 어떻게 변하는지 등의 실험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러한 실험을 하면서 과학자들은 붙어있는 원소를 떼어내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철, 구리, 알루미늄입니다
철은 철광석에서 추출한 것이고, 구리는 구리광에서,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에서 추출해서 얻은 물질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실험을 통하여서 새로운 물질을 얻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고, 또한 원소들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게 되어 주기율표라는 원소들을 특징별로 나누어 정리한 도표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반도체의 원료인 실리콘은 이렇게 원소의 특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실리콘이 처음 석영에서 추출되었을 때는 전기가 흐르는 물질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험을 하면서 빛이나 열을 가하거나, 다른 물질을 섞으면 전자가 움직이는 현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실리콘은 원래 전자의 위치가 딱 정해져 있어서 이동하지 않는데 빛과 열을 받거나 다른 물질이 들어오면은 전자의 위치에 변화가 생겨 전자가 자리를 채우려고 이동하면서 전자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또한 자유전자가 많아질 경우, 자유롭게 원자와 원자를 이동하는 자유전자로 인해서 전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석영에서 실리콘을 추출하는 과정
석영이라는 돌에서 어떻게 실리콘이라는 반도체를 추출해 내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석영(SiO2)=규소(Si)+산소(O2)로 되어있습니다
이 석영에서 산소를 떼어내어야 실리콘이 되는데, 산소를 떼어내려면 석영과 탄소(숯과 같은 원소)를 같이 2000 ºC의 아주 뜨거운 온도에서 가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규소(실리콘)에서 잘 분리되지 않으려고 하는 산소를 떼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산소는 탄소와 결합하는 성질이 강해서 탄소와 같이 가열하면 탄소와 결합해서 이산화탄소가 되어 날아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규소(실리콘)만 남게 되는데 그러나 처음에 나온 실리콘은 불순물이 많아서 그냥 사용하지 못하고, 다음 단계로 화학 약품이나 정제 기술을 써서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순수해진 실리콘을 녹여서 둥글게 만들어 굳게 만든 후, 절단하고 얇게 자르는데, 이 얇게 자른 반도체의 원판을 웨이퍼라고 부릅니다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방법)
1 산화막을 입힙니다
이 과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기 전, 전자가 회로로 만들어진 부분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전자의 길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웨이퍼에 고온의 상태에서 산소나 수증기를 쏘이면 얇고 단단한 이산화규소의 산화막이 생깁니다
이 막은 전자의 길을 보호할 뿐 아니라, 회로를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2 산화막을 입힌 다음, 실리콘 웨이퍼에 감광물질을 얇게 바릅니다 - 감광물질을 바른 웨이퍼 위에 회로의 도면 모양의 필름을 올립니다 -그리고 빛을 비추면 회로 모양이 있는 부분만 굳어집니다
-굳어지지 않은 부분을 현상액으로 씻어내면 회로 모양만 남게 됩니다
-다음 감광물질이 굳어진 곳에 전자가 이동하는 길(회로)을 실제로 새겨 넣습니다
불순물 이온 주입(도핑)
전자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면 이제 실리콘 원자에 다른 원소를 넣어 전기적인 성질을 바꾸어서 원자가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다른 원소를 넣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전자가 많아지게 해서 전자의 이동을 유도하는 방법과 또 하나는 전자의 자리가 하나 비게 해서 전자를 이동시키는 방법입니다
N형 반도체 (자유전자가 많아지게 하는 방법)
실리콘은 원래 전자가 4개인 원소인데 여기에 전자가 5개인 인, 비소와 같은 다른 물질을 실리콘 원자 여러 개에 전자 고속총과 같은 기계로 쏘아주면 자유전자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이때 많아진 자유전자들을 한쪽 방향으로 몰기 위해서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들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전류의 흐름이 시작됩니다
P형 반도체 (부족한 전자의 자리를 채워나가는 방법)
전자가 4개인 실리콘에 전자의 개수가 하나 부족한 원소를 넣어주면 전자에 빈자리가 생기고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전자의 흐름이 생기는데 이 전류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금속 선- 원자의 도로 만들기와 패키징 처리
실리콘 안의 전자들이 깨어나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전자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전자의 길을 반도체의 원판, 웨이퍼에 감광물질을 발라서 굳어진 부분에 새겨진 회로의 모양을 따라서 알루미늄이나 구리와 같은 금속선을 붙여줍니다 - 그리고 붙여진 금속선의 표면을 화학적인 방법이나 기계적인 방법으로 평평하게 다듬어 배선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다듬습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과정으로 완성된 회로를 외부충격이나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검은색 사각형 모양의 칩에 넣어 패키징 처리를 해줍니다
패키징 처리를 하는 이유는 반도체 칩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한 회로로 되어있기 때문에 외부의 먼지나 습기, 충격, 열등으로부터 칩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또한 칩에는 핀이나 와이어 등이 장착되어 있어 외부의 회로를 내부의 회로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칩에는 수많은 회로가 작동할 때마다 많은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열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반도체 칩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부속품이 됩니다
마무리
현재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는 동력의 핵심에는 반도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이 반도체는 어느 날 갑자기 위대한 발명품으로써 우리에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고자 하였던 과학자들의 작고도 보이지 않는 노력에서 시작되었음을 반도체가 발견되는 과정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이 과학문명은 어쩌면 세상이 만들어진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였던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정의 결과를 누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학이란, 결국 자연과 세상 속에 감추어진 질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워가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세계는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펼쳐져있습니다